김한광 전주MBC 앵커 “오프닝멘트, 방송 직전 결정한 것”

입력 2017-09-06 14:44
사진=전주MBC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 ‘뉴스데스크’ 진행을 앞두고 MBC 파업에 대한 소신 있는 오프닝 멘트로 화제가 됐던 전주MBC 김한광 앵커가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 앵커는 5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선배 기자로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그랬다”고 밝혔다.

김 앵커는 “저는 사실 기자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지역방송에서 앵커는 낮에는 기자 일을 하고 저녁에 와서 뉴스를 진행하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 정도에 해당한다”며 “보통 1년만 하고 그만두는 일을 저는 2년1개월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앵커에 따르면 지역방송 앵커는 보직이 아니어서 인사발령 대상도 아니다. 그는 “보도국장이 ‘너 이거 해’ 하면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김 앵커도 MBC 본부 노조 파견근무를 2년3개월간 하고 전주MBC로 돌아오자마자 10일 만에 뉴스데스크를 맡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다른 일을 시키지 않아 취재 현장에는 나가보지도 못했다”며 “승진이나 인사 관련해서는 (청취자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화제가 됐던 뉴스데스크 오프닝 멘트가 “방송 직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김 앵커는 “예민한 파업 국면에서 이 멘트가 경솔하게 비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결단을 내리기까지 고민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 혼자 책임지는 것은 괜찮으나 피디, 촬영감독 등에게 피해가 갈까봐 신중해야 했다. 이들 중에는 위험 부담이 큰 비정규직도 많아 더 그랬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결심을 한 데 대해서는 “뉴스룸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함께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목서윤 앵커가 걸어들어오는 순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며 “복도에서 마주친 후배 기자가 ‘선배, 멋있는 마무리 한번 해주세요’라고 말한 것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는 자부심이고 자존심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MBC 기자가 기레기라는 얘기를 듣는 참담한 상황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항상 기자 본분에 충실하라고 말하는 선배로서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또 “MBC 뉴스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다하지 못한 역할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전주지부는 MBC 본부에 이어 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밖에 목포, 광주, 여수지부 등도 동참했다. 이들은 김장겸 사장이 임명한 지역 MBC 사장들에 대해 반발하며 “낙하산이 자리할 수 없는 확실한 체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박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