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0번째로 밟을 월드컵 본선 격전지는 ‘동토’의 러시아다. 한국은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마지막 10차전 원정경기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1954년), 가장 많이(10회), 가장 길게(9회 연속), 가장 좋은 성적(4위)으로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나라다. 지난 대회까지 16번의 월드컵에서 9개국을 격전지로 밟았고, 31경기(5승9무17패·31득점67실점)를 소화했다. 월드컵 본선 경기일만 연결해도 한 달이다. 한국의 월드컵사는 아시아 축구사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1. 스위스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다. 앞서 193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령 동인도(현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지만 사실상 ‘네덜란드 B팀’이었다. 1950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얻었던 인도는 기권해 출전을 포기했다. 한국은 1954 스위스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본선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감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높은 세계의 벽에 부딪혀 처참한 현실을 경험했다. 같은 조에는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헝가리가 있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16골을 허용하는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성적: 2전 2패. 조별리그 탈락
-2조 1차전: 1954년 6월 17일 취리히. 헝가리 0대 9 패
-2조 2차전: 1954년 6월 20일 제네바. 터키 0대 7 패
2. 멕시코
아시아 축구의 판세는 한때 요동쳤다. 북한과 이스라엘은 1960년대 강세를 나타냈다. 1970년대부터는 이란과 쿠웨이트를 중심으로 중동의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한국이 ‘아시아의 맹주’로 올라선 때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였다.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 본선 진출로 재기를 알렸다. 박창선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8분 한국의 ‘월드컵 본선 1호 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불가리아와 비겨 ‘월드컵 첫 승점’(1점)을 쌓았다.
-성적: 3전 1무2패. 조별리그 탈락
-A조 1차전: 1986년 6월 2일 멕시코시티. 아르헨티나 1대 3 패
-A조 2차전: 1986년 6월 5일 멕시코시티. 불가리아 1대 1 무
-A조 3차전: 1986년 6월 10일 푸에불라. 이탈리아 2대 3 패
3. 이탈리아
한국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금은 9회까지 이어진 연속 본선진출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국은 이 대회를 통해 차범근 허정무 최순호 김주성에서 황선홍 홍명보로 세대를 교체했다.
-성적: 3전 3패. 조별리그 탈락
-E조 1차전: 1990년 6월 12일 베로나. 벨기에 0대 2 패
-E조 2차전: 1990년 6월 17일 우디네. 스페인 1대 3 패
-E조 3차전: 1990년 6월 21일 우디네. 우루과이 0대 1 패
4. 미국
한국은 일본의 급성장을 가까스로 뿌리치고 월드컵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994 미국월드컵은 ‘도하의 기적’을 먼저 기억하는 대회다.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일본은 이라크와 경기 종료 10초 전까지 2-1로 앞서 본선 진출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의 오만 자파르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고, 같은 시간 북한에 3대 0으로 승리한 한국이 아시아 예선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뒤집어 마지막 1장 남은 본선 진출권을 낚아챘다. 이듬해 여름 미국에서 처음으로 16강 목전까지 다가갔다.
-성적: 3전 2무1패. 조별리그 탈락
-C조 1차전: 1994년 6월 17일 댈러스. 스페인 2대 2 무
-C조 2차전: 1994년 6월 23일 보스턴. 볼리비아 0대 0 무
-C조 3차전: 1994년 6월 27일 댈러스. 독일 2대 3 패
5. 프랑스
러시아에서 분리한 중앙아시아, 자본을 앞세운 일본과 중동의 성장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길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일본은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한국의 라이벌로 성장했다. 이민성의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어 한일전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평가받는 ‘도쿄대첩’은 이 대회 아시아 예선의 일환이었다. 프랑스월드컵은 본선 진출국을 기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렸고, 그 결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었다.
-성적: 3전 1무2패. 조별리그 탈락
-E조 1차전: 1998년 6월 13일 리옹. 멕시코 1대 3 패
-E조 2차전: 1998년 6월 20일 마르세유. 네덜란드 0대 5 패
-E조 3차전: 1998년 6월 25일 파리. 벨기에 1대 1 무
6. 한국(공동 개최국 일본)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21세기 들어 처음, 아시아에서 처음, 복수의 국가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이었다. 한국을 먼저 표기하는 2002 한일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한 공식 명칭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최국으로 출전해 월드컵 도전사를 완전히 갈아엎었다. 사상 첫 승, 사상 첫 조별리그 무패, 사상 첫 16강‧8강‧4강 진출을 모두 달성했다. 월드컵 폐막 하루 전인 3‧4위전까지 한 달의 경기 일정을 거의 모두 소화한 것도 이 대회가 유일했다. 전국은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로 물결쳤고, 거스 히딩크 당시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유럽 축구로 활로를 열었던 박지성 이영표 등 ‘황금세대’도 이때 발굴됐다.
-성적: 7전 3승2무2패. 4위
-D조 1차전: 2002년 6월 4일 부산. 폴란드 2대 0 승
-D조 2차전: 2002년 6월 10일 대구. 미국 1대 1 무
-D조 3차전: 2002년 6월 14일 인천. 포르투갈 1대 0 승
-16강전: 2002년 6월 18일 대전. 이탈리아 2대 1 승(연장전 골든골)
-8강전: 2002년 6월 22일 광주. 스페인 0대 0 무(승부차기 5대 3)
-4강전: 2002년 6월 25일 서울. 독일 0대 1 패
-3‧4위전: 2002년 6월 29일 대구. 터키 2대 3 패
7. 독일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원정 대회 사상 첫 승을 챙겼다. 상대는 아프리카의 토고였다. 같은 조 최강 프랑스와 비기면서 16강의 문턱까지 다가간 듯 했지만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성적: 3전 1승1무1패. 조별리그 탈락
-G조 1차전: 2006년 6월 13일 프랑크푸르트. 토고 2대 1 승
-G조 2차전: 2006년 6월 18일 라이프치히. 프랑스 1대 1 무
-G조 3차전: 2006년 6월 23일 하노버. 스위스 0대 2 패
8. 남아프리카공화국
2010 남아공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대회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선수로 대결했던 허정무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각 조국의 대표팀 감독으로 재회했고, 박지성은 이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진기록을 세웠다. 16강전에서 멀티 골을 넣고 한국을 탈락시킨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이 대회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북한은 8강에 진출했던 1966 잉글랜드월드컵으로부터 44년 만에 이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성적: 4전 1승1무2패. 16강 진출
-B조 1차전: 2010년 6월 12일 포트엘리자베스. 그리스 2대 0 승
-B조 2차전: 2010년 6월 17일 요하네스버그. 아르헨티나 1대 4 패
-B조 3차전: 2010년 6월 22일 더반. 나이지리아 2대 2 무
-16강전: 2010년 6월 27일 포트엘리자베스. 우루과이 1대 2 패
9. 브라질
한국 축구의 상승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다소 꺾였다. 선수 구성을 포함한 전술,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는 전략 모두 실패한 대회였다. 1990년대부터 국민적 영웅으로 여겨졌던 홍명보는 이 대회에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지만 축구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오명만 남기고 말았다.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 1대 7로 대패한 4강전은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경기다. 독일은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을 처음으로 정복한 유럽 국가가 됐다.
-성적: 3전 1무2패. 조별리그 탈락
-H조 1차전: 2014년 6월 17일 쿠이아바. 러시아 1대 1 무
-H조 2차전: 2014년 6월 22일 포르투알레그리. 알제리 2대 4 패
-H조 3차전: 2014년 6월 26일 상파울루. 벨기에 0대 1 패
10. 러시아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A조에 마지막 1장 남은 본선 직행권을 놓고 경쟁한 우즈베키스탄, 시리아의 추격을 가까스로 뿌리쳤다. A조에서는 1위 이란이 러시아행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2위 한국은 본선으로 직행하는 막차에 올라탔다.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북중미 예선 4위와 0.5장씩 분할한 본선 진출권을 놓고 싸우는 최악의 험로를 피했다. 러시아월드컵은 내년 6월 14일 개막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한국의 월드컵 64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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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