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5일 SBS는 경찰이 사건 다음날인 지난 2일 오후 폭행 당시의 CCTV 영상을 확보해 놓고도 공개하지 않고 CCTV 소유주를 회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CCTV 소유주는 SBS에 “경찰이 ‘오픈하면 안된다’ ‘전원을 내려버려라’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 학생이 1시간 넘게 폭행을 당해 피투성이가 됐는데도 사건 직후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SBS가 공개한 경찰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피해정도: 머리 부위, 입안 등 찢어짐(골절 없음, 중상 아님)”이라고 적혀있다. 이러한 경찰의 인식은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나타났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그게 사진이 그래서 그렇죠,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땀하고 뒤범벅이 돼서 그렇지 사진처럼 그렇게 많이 다친 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축소 움직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성인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폭력성을 보인 가해 학생들의 나이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14세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형사처벌 대상인 14세 이상이었다. 이들 가해 여학생 네 명 가운데 두 명은 이미 지난 4월과 5월 특수절도와 공동폭행 혐의로 모두 보호관찰 중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CCTV 영상 관련 SBS 보도에 대해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각 언론사에서 CCTV 자료를 다확보하여 간 상태여서 다시 철수하는 과정에서 소유주에게 ‘CCTV 내용에 범행 현장이 담겨져 있고, 미성년자인 피해자와 피의자의 얼굴 등이 노출되면 추가 피해가 될 수 있으니 가급적 영상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또 가해 학생들 나이를 속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카톡에 '피의자들은 14세' 라고 정확히 명기했으며 이후 브리핑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