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뚱녀 나오는 여행 인증샷은 처음이지?"

입력 2017-09-06 05:00
[생각하는 패션] (1) 소셜미디어 속 여행자 이미지, 그 편견을 깨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여성들의 여행 인증샷을 떠올려보자. 평소 운동을 좋아하거나 식단을 조절한 것 같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습 일색이다. 출근하면서 지나쳤던 내 주변의 여인은 그 안에 없다. 여행할 수 있는 권리는 날씬한 이들에게만 허용된 것처럼 말이다.

여행 블로거 아네트 리치몬드는 이런 편견에 맞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개설한 '팻 걸스 트래블링(www.instagram.com/fatgirlstraveling)'이다. 아네트 리치몬드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여행 사진 말고도 뚱뚱한 여성이 여행하는 사진을 올린다. 우리 머릿속에 박힌 여행 사진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서트리기 위해서다.


'팻 걸스 트래블링'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세계 여성 여행객들에게 제보받은 사진이 올라온다. 물론 계정 이름에 걸맞게 사진 속 주인공은 반드시 뚱뚱해야 한다.

사진에는 모두 '뚱녀'들의 즐거운 한때를 담겨 있다. 관광명소에서 예쁜 척 자세를 잡고, 과감한 노출도 즐긴다.

아네트 리치몬드는 "우리가 여행하면 여러모로 불편하다"며 의기 소침해있는 뚱녀를 위해 이런 계정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그는 블로그에 독려글을 남기기도 했다. 

"뚱뚱하다는 것은 못생겼다는 뜻이 아닙니다. 뚱뚱한 게 게으르다는 걸 뜻하는 것도 아니고요. 뚱뚱하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니죠."

최근에는 '뚱뚱한 여자도 여행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나 휴대전화 케이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5일 현재 '팻 걸스 트래블링'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400명이다.


'팻 걸 트래블링'은 '언라이클리 하이커(Unlikely Hikers)'라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 '뜻밖의 도보 여행자'쯤으로 해석되는 '언라이클리 하이커'는 TV광고나 언론에 등장하는 도보 여행자는 죄다 날씬하고 젊다는 편견에 맞선다. 인스타그램 계정(www.instagram.com/unlikelyhikers)에는 성별과 나이, 인종을 모두 떠난 다양한 도보 여행객 사진이 올라온다. 2만1000명이 팔로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