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전 후보자가 마광수 소설 ‘즐거운 사라’에 한 혹평

입력 2017-09-05 17:10 수정 2017-09-05 17:19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마 전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해 혹평했던 과거가 재조명되고 있다.

1991년 출간된 소설 ‘즐거운 사라’는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음란성’의 기준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듬해 검찰이 마 전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음란물 제조 및 판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당시 안 전 후보자는 마 전 교수의 항소심에서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 여부를 자문하는 감정인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안 전 후보자는 소설에 대해 “이 작품에 나타난 성행위 묘사는 성에 관한 예술적 묘사로 보기 어렵다”며 “헌법이 보호할 예술적 가치가 결여된 음란물이며 법적 폐기물”이라고 혹평했다. 또 “하수도의 무대에 머물러야 할 작품인데도 상수도의 무대에서 잘못 막이 오른 작품”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마 전 교수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를 통해 “안경환이 문학작품의 음란성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이 소설을 단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듯한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마 전 교수는 199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연세대에서 해직됐다. 1998년 국민의정부 때 사면복권돼 복직했다가 2000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 6월 문재인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일,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여성혐오표현을 사용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안 전 후보자는 자신의 여성관 논란에 대해 “여전히 성욕에 매몰돼 있는 시대착오적 남성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사퇴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