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이어 강릉에서도 유사한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여고생 A양 등 5명은 강릉 경포 해수욕장과 자취방 등에서 여중생 B양을 무차별 폭행했다. 가해자들은 평소 B양과 어울려 지내던 사이였으나 좋지 않은 감정이 쌓여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B양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현재 강릉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후 B양의 부모는 경찰에 A양 등을 고소했다.
이런 사실은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B양의 언니라고 밝힌 C씨는 페이스북에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보며 용기 내 글을 올린다.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와 너무나 당당한 행동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글을 게재했다.
C씨에 따르면 피해자 B양과 가해자 5명은 강원도 강릉의 경포 해변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다. 가해자들은 B양에게 ‘그동안 쌓인 것이 많다’며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B양의 몸과 머리에 침을 뱉으며 욕설과 폭행을 했고, 지갑에서 돈을 빼 갔으며 “신고하면 언니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휴대폰을 모래에 묻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폭행 장면을 생중계하고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올려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위로 A양을 위협하고, 옷을 벗기려 하며 성적 발언까지 했다고 C씨는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폭행 이후 A양을 화장실에 묶어두려고 했다. 그러나 A양은 해수욕장에 쓰러졌고 이후 구급차에 실려 갔다.
C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폭행을 당한 후) 그 상태로 집에 가기 무서웠던 것 같다. 가해자들을 따라 나섰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마침 내 친구들이 해수욕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동생과 가해자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친구들 말로는 가해자들이 쓰러진 동생을 보며 ‘쟤 쇼 하는 거다. 연기하는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우리 가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당당하고 뻔뻔하게 나왔다. ‘걔가 잘못했으니 때린 거’라는 소릴 들었다. 가해자들은 몇 년 전 일까지 꺼내 동생을 폭행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현재 B양의 상태에 대해 “외상치료는 거의 끝나가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평생 남을 것 같다. 병원비는 별로 지원받지 못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다. 이들은 자기가 미성년자라 처벌을 약하게 받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약한 처벌을 받는 건 옳지 않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