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음성 틱,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

입력 2017-09-05 10:32
이호분 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초등학교 3학년 C군은 수개월 전부터 갑자기 목에서 ‘끽끽’ ‘음음’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수업에도 방해돼 학교에 조차 갈 수가 없었다. 

감기의 뒤 끝에 생긴 일이라 혹시 목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소아과, 이비인후과를 전전하다가 호전이 없자 내원했다. 자세히 물어보니 C 는 눈을 깜빡이고, 코를 찡긋 거리고, 입을 벌리는 행동, 입술을 빨는 행동이 수년전부터 간간이 번갈아 가며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습관이려니 방치했었다. 지금의 증상이 수개월 전부터 갑자기는 아니고 수년간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고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병원을 찾았다. C의 ‘끽끽’ ‘음음’ 소리는 일종의 음성 틱 현상이다. 틱이란 몸의 어떤 근육이 불수의적으로(의지와 상관없이) 수축하는 현상인데 음성틱은 성대의 근육이 수축해 목에서 이상한 소리(음음, 큭큭, 기침소리, 시도 때도 없이 ‘꺅’하는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욕’을 하는 증상도 있음)를 내는 것이다.

그밖에 얼굴,팔다리 목, 팔, 다리 등 전신의 어느 근육이든 불수의적인 수축현상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운동 틱이라고 한다. C의 경우처럼 대개 눈, 코, 입 등 얼굴의 근육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차츰 고개를 까딱이거나 꺾고, 엉덩이를 씰룩이거나 발을 탁탁 치고, 점프를 하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 음성 틱과 여러개의 운동 틱이 동시에 동반돼 나타나는 것을 투렛 장애라고 하는데 단순 틱 장애와는 전혀 다른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달리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틱장애나 투렛 장애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체내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과잉분비로 인해 생기는 현상으로 가족력이 많은 타고난 병이다. 그러다 초등하교 입학 즈음의 나이에 증상으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틱장애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동반된 다른 질병이 있는지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다. 틱 장애 아동의 30-35%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일명 ADHD) 가 동반되며, 40%에서 강박장애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ADHD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예후에 매우 중요하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이내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ADHD는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늦어지면 우울증이나 행동장애(비행)등이 연속해서 발생하므로 틱을 치료 할 때 반드시 함께 평가해 보아야 한다. 

또 강박장애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증상이 발현되거나 심해 질 수 있어 불안한 요인이 있는 아이들이나 강박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특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틱장애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질병이기는 하지만 정서적인 상태 가족 환경, 학교 환경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엄마의 통제와 간섭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학교 보다 집에서 증상이 심해지고 방학에 오히려 심해지고 무서운 아빠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은 아빠가 퇴근한 후에 심해진다. 

또래 관계의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심해진다. 또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스마트 폰을 하는 것처럼 집중하고 흥분하는 상태에선 도파민의 분비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틱 증상도 심해진다. 

따라서 틱장애의 치료에 있어선 약물치료를 서두르기 보다는 가족, 학교등 환경에 대한 개입, 정서에 대한 개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또 틱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틱 장애 보다는 동반되어 있는 ADHD, 강박장애 등을 우선 치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