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begging for war)"고 경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소집된 회의에서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해 “전쟁은 결코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2006년(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점진적인 대북 제재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에 대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때이며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할 때에만 외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주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해 다음 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 조치는 안 된다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한반도의 혼란과 전쟁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실리 네반쟈 러시아 대사도 “분쟁에서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며 “외교적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헤일리 대사 결의안 표결 시점으로 언급한 날짜는 일주일 뒤인 11일이다. 7월 북한의 두 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로 지난달 5일 제재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한 달여 만에 새로운 제재결의가 추진되는 것이다.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사를 비롯한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우방국 대사들도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한 규탄 목소리와 함께 추가제재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미국은 결의 초안에 대북 원유수출 금지 방안을 담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간 150만∼200만t의 원유·석유제품을 수입하는데, 이 중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가 차단되면 북한군은 물론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또 하나의 외화 수입원인 석유제품 수출금지도 제재방안으로 거론된다. 교도통신은 미국과 일본의 외무장관이 대북 추가제재와 관련해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금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까지는 험난한 경로를 거쳐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에는 동참하면서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정도의 초강력 제재에는 반대해왔다. 이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카드를 꺼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