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 봉지로 52년만에 잃어버린 동생 찾은 남성

입력 2017-09-04 12:39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965년 8월 당시 8살이던 이영희(60·여)씨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갑이 없어진 어머니는 "찾아오겠다"며 딸을 잠시 정류장에서 기다리게 했다. 어머니가 정류장에 돌아왔을 때 딸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동생을 찾기 위해 서울 시내 보육원을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딸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여생을 보냈고, 2016년 10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희야"라며 잃어버린 딸의 이름을 불렀다.

동생을 잃어버릴 당시 10살이었던 이재인(62)씨 역시 "먹고사는데 치여서" 동생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지 못했다. 우연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계하면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얘기를 들은 그는 재단의 도움을 받아 크라운제과 '죠리퐁' 과자 봉지에 52년 전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고 있던 동생은 '죠리퐁' 과자 봉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과자 봉지에 등장한 아이가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초록우산 재단에 알렸다. 유전자 검사를 거쳐 정말 자신을 찾는 광고임을 확인했다.

이씨와 동생은 지난 5월 말 극적으로 상봉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얼싸안았다. 동생 이영희씨는 오빠 이재인씨를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엄마가 다정하게 '영희야~'라고 불러주는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크라운제과의 '죠리퐁' 봉지에는 실종아동 6명의 사진과 정보가 담겨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희망과자' 프로젝트의 첫 번째 희망과자로 크라운제과의 장수 제품 죠리퐁이 선정돼 그간 약 400만개 제품에 실종아동 6명의 정보를 기재해 판매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희망과자' 프로젝트 2탄을 실시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실종예방 캠페인으로 확대해 진행된다. 앞으로 크라운제과의 '콘초'와 '콘치' 제품에 실종예방 정보를 표시한 1200만개의 과자가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