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의혹’ 이혜훈, 자진사퇴 시사… "조금만 말미 달라"

입력 2017-09-04 10:47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지난 31일 오후 경기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금품수수 논란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4일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조만간 자진 사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 6월 26일 당 대표로 선출된 지 70일 만이다.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자신에 대한 의혹이 당에 부담이 되는 만큼 사퇴 등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당에 대해 가진 충정을 믿어주시길 바란다”며 “당을 위한 결정을 곧 내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금만 더 말미를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 사업가로부터 명품 의류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아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 진실을 명백히 밝혀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개인 생각을 하면 한시라도 당 대표에 있을 이유가 없고 유·불리를 따지자면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도움됐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 진로와 정치지형이 민감하고 국가적 중대사가 생긴 복합적인 상태에서 어느 길이 더 나은 것인지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당에 누를 끼쳐 송구하다”며 “언론에서 (나오는) 당 대표직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저도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거취 문제를 결정할 뜻을 내비쳤다.

바른정당 다른 의원들도 이 대표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합리적 판단을 할 것으로 보고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려주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 대표가 이선으로 후퇴한다면 아마 비대위원회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오신환 의원도 “(이 대표) 본인이 당 대표를 내려놓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수 정당 최초의 여성 선출직 대표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금품수수 의혹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또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며 존재감을 살리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인 바른정당도 당 대표를 잃게 돼 고심이 깊어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