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홍 대표는 김 사장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 발부를 ‘언론파괴공작’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자신이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시절 공영방송인 KBS의 정연주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주장했었기 때문이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과 야당 대표 시절의 말이 판이하게 달라진 셈이다.
한국당은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이 김 사장을 체포할 수 있는 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즉시 당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전체회의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는 “비상계엄 군사정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언론파괴공작”이라며 “특별사법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사법사상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체포영장 발부가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BC 사장이 수십억 횡령한 사건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부당노동행위 정도의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것 자체가 검찰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장악도 아니고 방송을 파괴하려는 공작”이라며 “한국당은 앞으로 전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대표의 발언은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의 발언과 정반대였다. 2008년 7월 29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자리에서 그는 “KBS 사장 같은 경우 소환장을 2~3번 발부했으면 그 다음에 들어가는 절차는 체포영장”이라며 “조사를 위해 법에 따라 체포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과 방송사 눈치를 보면서 무슨 공권력을 집행하겠다고 덤비느냐”며 “검찰이 뭘 하는 집단인지 모르겠다. 왜 정권을 교체했는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이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정기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여야 불문하고 각 정당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지도부 회의에서 “일개 방송사 사장의 거취 문제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단히 예민하고 중대한 시기에 열리는 정기국회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즉시 국회로 복귀해 제1야당으로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며 “빨리 국회로 복귀하고 정부 여당이 잘못한 점이 있으면 국회에서 논의·협의해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가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 사장이) 수사를 계속 거부했으므로 구속영장이 아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라며 “김 사장이 조사를 받으면 해결된 문제”라고 일축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MBC 사장을 비호하려고 예산 심의도 거부하고 국정감사도 거부하는 한국당의 태도를 누가 납득하겠나”라며 “한국당은 즉각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당의 보이콧은 국민의 한국당 보이콧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