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4일 일출과 함께 동해안에서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슬램-ER 공대지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며 대북 무력시위에 나섰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정밀타격’ 상황을 설정해 진행했다. 이 훈련은 한·미 연합 ‘응징시위’에 앞서 한국군 단독으로 수행했다. 양국은 곧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군과 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군사적 압박’이 ‘군사적 행동’ 수위까지 이를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사적 공격(military attacks)이 아닌 군사적 행동(military actions)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동해의 공해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평양 상공을 가로질러 서해의 공해상에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의 주장은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도록 IRBM을 발사한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 군사 조치를 언급한 것이었다. 평양 상공을 지나는 토마호크 발사를 통해 ‘직접 공격’에 미치지 않지만 ‘단순 훈련’ 수준을 넘어서는 ‘군사행동’ 옵션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이 점점 현실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새벽 일출과 더불어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격에는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와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동해상 목표 지점에 사격을 실시해 명중시켰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번 합동 실사격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 지점을 향해 실시됐다"며 "유사시 적의 도발 원점 및 지휘 지원세력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훈련에는 사거리 300㎞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공군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한·미 연합군은 빠른 시일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강력한 대응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합참은 "이번 실사격훈련은 한미 연합 무력시위에 앞서 한국군 단독 전력으로 실시했으며 추가적인 한미 연합군의 대응 조치들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백악관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미군의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한·미 양국은 F-22(랩터)와 F-35B(라이트닝Ⅱ)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오산기지나 군산기지에 F-22와 F-35B를 3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양국이 전략무기 순환 배치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로 꼽히는 F-22는 북한의 레이더망을 뚫고 상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으며, 최대 속도 마하 2.5 이상에 작전반경은 2177㎞에 달한다. 오산기지에서 출격하면 10분, 군산기지에서는 20분 내 평양 상공에 진입할 수 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F-35B는 최고 속도 마하 1.6으로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 레이더망을 회피해 평양 상공에 진입, 북한 전쟁 지휘부를 타격하는 데 일차적으로 동원되는 전략무기다. 다만 스텔스 전투기 순환 배치가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B-1B 폭격기와 B2, B52 등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하거나 일정 기간 한반도에 체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과 핵잠수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6차 핵실험은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며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