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잔칫상’ 엎은 김정은의 ‘역대 최대 핵실험’

입력 2017-09-03 17:53


북한이 3일 역대 최대 규모로 6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이 중국을 압박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핵실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충격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시 주석이 설득시켜야 한다는 확신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김정은은 미 정부를 대화에 이끌어내는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지만, 시진핑은 워싱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짜 힘을 소유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3~5일 중국 푸젠성에서 개최되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첫날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 주석이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정상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국제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시점에 북한이 기습적인 핵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브릭스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두 달 넘게 국경분쟁으로 대치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중도 성사시켰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이날 중대발표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 교수는 “북한이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에 핵실험을 단행한 타이밍은 의도적”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원유공급 중단 등 급진적인 제재를 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성격”이라고 NYT에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