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 원자탄의 3800배… 북한 6차 핵실험이 심각한 이유

입력 2017-09-03 17:01 수정 2017-09-03 17:28
북한 조선중앙TV는 3일 중대보도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건에 승인하는 장면을 송출했다. 수소폭탄 실험 문건에 승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옛 소련(러시아)은 1961년 10월 30일 북극해 영토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투폴레프 Tu-95 폭격기를 띄웠다. 폭격기에는 수소폭탄이 실려 있었다. ‘차르 봄바(Царьбомба)’. 황제의 폭탄이란 뜻이었다. 폭격기는 고도 1만500m에서 이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은 4㎞ 상공에서 폭발했다.

화염은 지상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버섯구름은 높이 60㎞ 폭 30㎞까지 자랐다. 100㎞ 밖에 있는 사람이 3도 화상을 입고, 1000㎞ 떨어진 핀란드에서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차르 봄바는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위력은 50메가톤(Mt). 메가톤은 100만톤 분량의 TNT가 폭발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같은 시간 태양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1%가 차르 봄바에서 발산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던 미군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위력도 차르 봄바 앞에선 ‘꼬마’와 다르지 않았다. 원자폭탄은 핵분열, 수소폭탄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분열은 원자핵의 분해로 중성자를 방출해 열을 생성하는 과정, 핵융합은 원자핵이 고온에서 융합돼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창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별의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의 핵융합이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의 1차 폭발에서 얻은 고온으로 핵융합 장치의 2차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자폭탄은 수소폭탄의 ‘방아쇠’ 정도에 불과하다. 수소폭탄의 규모에 따라 방출되는 에너지는 다르지만, 차르 봄바의 위력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상공 580m에서 폭발했던 리틀 보이보다 3800배나 강력했다.

리틀 보이의 위력은 12킬로톤(kt). 킬로톤은 TNT 폭탄 1000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메가톤은 킬로톤의 1000배다. 리틀 보이는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과 비슷한 에너지를 발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중국 지진국이 3일 북한에서 관측한 인공지진의 규모는 6.3이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오후 3시30분 중대보도를 통해 “낮 12시(한국시간 낮 12시30분) 북부핵시험장에서 대륙간 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북부핵시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6차 핵실험으로 규정했다. 앞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 9일 풍계리에서 실시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던 과정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승인했다. 북한 6차 핵실험의 위력은 리히터 규모만 놓고 보면 차르 봄바보다 리틀 보이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수소폭탄의 위력은 원자폭탄으로 핵을 융합하는 단계만 추가하면 얼마든 증폭될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앞선 실험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에서 관측된 인공지진의 규모는 ▲2006년 1차 3.9 ▲2009년 2차 4.5 ▲2012년 3차 4.9 ▲2016년 1월 4차 4.8 ▲2016년 9월 5차 5.5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