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소탄 실험하면 백두산 폭발 위험”… 열흘 전 화산학자 경고

입력 2017-09-03 15:16 수정 2017-09-03 15:39
백두산 천지. 국민일보 DB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협받는 것은 한반도 안보 정세만이 아니다. 백두산 인근 지하에서 발생한 인공 지진파는 화산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는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실험으로 인한 재앙을 군사적인 원인에서만 찾지 않았다.

앤드루스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북한이 화산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내고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리면 백두산의 화산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풍계리 지하 핵실험이 백두산 아래 마그마 체임버(magma chamber)에 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드루스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화산학자다. 포브스에 정치·과학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추정한 풍계리 인공지진파 관측을 열흘 앞두고 앤드루스는 북한의 핵실험이 정치적으로는 물론, 자연적인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그마 체임버는 화산의 지하에 마그마가 대량으로 저장된 공간을 말한다. 화산활동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풍계리는 백두산 남쪽 115㎞ 지점에 있다. 수소탄의 강력한 파동은 백두산 땅속에 압력을 가해 암석의 균열을 일으키고, 그 결과 마그마의 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앤드루스의 경고다.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 트위터 프로필 사진
수소탄의 위력은 수십에서 수백 킬로톤(kt)까지다. 킬로톤은 TNT 폭탄 1000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은 약 12kt이었다. 이 정도의 폭발에서 리히터 규모 6.0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중국 지진국이 풍계리에서 관측한 진동의 리히터 규모는 6.3이다.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으로 분출했다. 당시 방출된 에너지는 1980년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폭발의 1000배로 분석되고 있다. 백두산 최대 규모 분출은 고려 정종이 즉위했던 946년에 있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