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측근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한미FTA를 폐기하면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경제적 긴장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H.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 참모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이 한미FTA 폐기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일본 상공을 지나가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시기에 자칫 한국 정부를 고립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한미FTA가 폐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라고 압박할 수 있지만, 한국이 이를 거부하면 두 나라 사이에 무역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리 슈미트 미국기업연구소(AEI) 메릴린웨어센터 안보담당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장난하고 있다”며 “한국의 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달리 친미 성향이 아닌데, 그를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하기 위해 한미FTA 존속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지만, 협정 폐기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빠르면 이번 주 중 공식 폐기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WP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실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지금 시점에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FTA 폐기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이후 자신의 대선 공약을 실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폐기하려고 했으나, 측근들과 산업계의 적극적인 로비 이후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또 다시 멕시코의 협상 태도를 문제삼으며 NA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