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보도, MBC의 엇갈린 '뉴스데스크'

입력 2017-09-02 16:31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MBC와 전주MBC의 전혀 다른 '뉴스데스크' 풍경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는 "공영방송 장악 위한 문재인 정권의 탄압"이라고 주장한 반면 전주MBC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1일 서울서부지검은 법원으로부터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는 이상현 앵커가 등장해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대한 문화방송(MBC)측의 성명을 전했다. 문화방송은 "문재인 정권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과 경영진을 쫓아내기 위해 그동안 갖가지 작업을 해왔다"고 지적하며 "자기편이 아닌 언론인을 대청소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 탄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사장에게 부당노동행위라는 명목으로 현직 언론사 사장을 강제 체포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장겸 사장이 구속되더라도 방송의 독립과 자유의 헌법 정신을 지켜내기 위해 맞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날 전주MBC 뉴스데스크 오프닝에는 전혀 다른 내용의 앵커 멘트가 나왔다. "오늘이 제가 진행하는 마지막 뉴스데스크입니다"라는 말로 멘트를 시작한 김한광 앵커는 "돌아보니 온통 무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MBC는 참담하게 망가졌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은 집요하고 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주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투쟁에 나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영방송이 바로서고 전주MBC가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돌아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듣고있던 목서윤 앵커는 곧 눈물을 터트릴 듯이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김한광 앵커의 오프닝 멘트가 나간 후 김민식 PD는 페이스북에 "지난 2년, 주조를 지키며 보고 싶었던 바로 그런 뉴스 앵커 멘트"라는 글을 올렸다. 조승원 PD도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 "한국 방송 역사에 남을 오프닝 멘트"라고 적었다.

김장겸 MBC 사장은 1일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행사 도중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전해 들은 후 행사장 쪽문을 통해 급히 빠져나갔다. 이후 2일 오후 4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 사장의 여의도 자택과 상암 MBC 근처에서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김한광 앵커 오프닝 멘트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이 제가 진행하는 마지막 뉴스데스크입니다. 2년이 넘었는데요, 돌아보니 온통 무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대한민국의 공영 방송은 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MBC는 참담하게 망가졌습니다. 지역방송 전주MBC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근 10년 공영방송 장악은 집요하고 무도했습니다. 저희들 안에서 저항하고 한순간도 싸움을 멈춘적 없었지만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실망하고 또 화나 있는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음주 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투쟁에 나섭니다.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공영방송이 바로 서고 MBC가 사랑받게 되고 지역방송 전주MBC가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돌아와서 본분에 충실하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매섭게 질책하시고 따갑게 비판하시더라도 절대 외면하시 마시고 끝까지 응원해 주시기를 감히 당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박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