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문화제

입력 2017-09-01 22:51 수정 2017-09-05 14:45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의 한 장면.

광주고려인마을(대표 신조야)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직무대리 방성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박용수)는 2일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문화제'를 연다.

문화제는 연극과 전시, 퍼포먼스를 통해 고려인들의 아픔을 나누고 역사를 들여다보는 자리다.

행사는 공연, 고려인 유랑에 관한 전시, 고려인들의 이주와 정착과 관련한 학술회의 등으로 진행된다.

광주광역시 ACC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는 1937년 연해주로부터 2017년 광주까지 아우르는 고려인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의 대서사시로 꾸며진다.
 
ACC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추진위는 2~30일 문화정보원 컨퍼런스 홀에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 주제는 '1만5000㎞ 점, 선, 면 유랑의 역사'이다. 

고려인 유물전은 김병학 시인이 카자흐스탄에 살면서 수집한 자료와 고려인 유물수집가 최아리따, 고려인 극작가 한진 선생의 유가족 등으로부터 기증 받은 자료 1만여 점 가운데 일부를 전시한다.

학술회의에서는 고려인 지원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구소련 일대에 살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일컫는 '고려인'은 소련의 연해주 일대에 거주하던 중 1937년 소련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구 소련 붕괴 이후 우리나라로 일부가 귀환했으며, 현재 4000여명의 고려인들이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다.

행사에서는 광주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한미샤 군의 소망이 낭독된다.

한 군은 2일 오전 9시에 진행되는 기념행사에서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호소문을 낭독, 국내 정착 고려인동포의 체류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할 예정이다.

다음은 '미샤의 소망' 전문이다

광주고려인마을 거주 고려인4세 아동 '미샤의 소망'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대반초등학교 6학년 한미샤입니다. 지난 6월말 비자가 끝난 엄마 아빠를 따라 제가 태어난 중앙아시아 국가에 돌아갔다가 몇일전 돌아왔습니다.

저는 고려인 4세고요. 형 디마, 그리고 고려인3세인 엄마 아빠 이렇게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한국에 온 후 2년에서 3년이 되면 여권기간이 끝나서, 아니면 아빠의 체류기간이 끝났다 해서 중앙아시아국가를 다녀와야하는 이상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번씩 갈데마다 아빠는 ‘그동안 모았던 돈을 다썼다’ 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고 걱정하는 모습이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은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태어난 나라로 간다고 말하면 속도 모르고 ‘비행기타고 외국여행을 또가냐?’ 며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겐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다’ 는 것을 친구들은 알지 못합니다. 

만18세가 되면 이땅을 떠나야만 하는 고려인4세라는 사실을요. 저는 한국에 살고 싶어요. 제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성이 한씨입니다. 본은 청주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주한씨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 만18세가 되면 떠나야만 한다는 말이 정말 두렵기만 합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중앙아시아로 이주하기전 러시아 연해주에서 독립운동하다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어릴 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한지 아빠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들었다고만 합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저를 외국인이라고 무시할땐 ‘나도 독립운동가 후손이야’ 라고 소리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증거가 있냐, 있어’ 라고 물어 증거가 없기에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원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고려인4세도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제발 제가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정말 두렵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요.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한국에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광주대반초등학교 한미샤올림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