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인정하지만…고의적 아니라 '우발적'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학폭지역위)는 지난달 24일 회의를 열고 숭의초 사안을 심의했다. 그 결과 심의에 청구된 학생 4명 중 재벌 총수 손자를 제외한 3명에 대해서만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3명 가해자에게는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인 '서면사과'를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벌총수 손자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위원회 측은 "서류나 관련자 진술 등으로 볼 때 특정 학생(재벌총수 손자)이 학교폭력 장소에 있었다는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세 가해학생의 경우 "폭력성은 인정하지만 고의적이었다기 보다 우발적이었다는 게 학폭지역위의 판단"이라며 "폭력의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로 가장 낮은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7월12일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등학교 가해학생 4명이 4월20일 수련회에서 피해학생 1명에게 담요를 씌우고 스펀지 소재를 감싼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로 때린 뒤 바나나맛 물비누를 강제로 먹인 것을 확인했다. 또한 숭의초가 가해자로 지목된 재벌총수 손자를 심의 대상에서 누락하고, 생활지도부장은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학생확인서'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회의록'까지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교육청은 같은날 숭의초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가 이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했음을 확인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학교장 등 관련 교원 4명에 대한 중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법인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교육청은 학교 측에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을 해임하고 담임교사는 정직 처리하도록 요구했다.
폭력이 우발적이었다고 판단한 학폭지역위도 "숭의초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숭의초 측은 학폭지역위 재심 결과에 따라 교육청도 감사 결과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숭의초 측이 교원 4명에 대한 징계요구를 취소해달라는 재심의를 신청해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라며 "교육청이 감사한 것은 교원들이 잘못 처리한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학폭지역위의 결정과 교육청 감사 결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