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11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진행했던 강원대학교 측이 "독성물질 농도 검사 결과만 전달했을 뿐 생리대 유해성 여부를 판단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생리대 유해성을 판단하려면 추가 검증을 해야 하고,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해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독성물질 검출 실험 의뢰는 정식 연구 요청이 아니었다. 22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성분 분석만 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대 연구진은 지난 31일 서울신문에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를 측정해 달라'며 생리대 샘플을 택배로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농도값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유해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며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농도뿐 아니라 노출 시간, 흡수율 등을 모두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3월에 조사한 결과는 1차 자료라고 강조했다. 강원대는 "1차 자료를 보낼 때 분명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며 "편차가 커 마이너스로 나오는 값은 보정하고 물질명이 잘못 표기된 것을 바로 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 내부에서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험을 주도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시험법은 적합하나 기초자료용이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일보에 "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 시험 전문가다. 사용된 시험법이 적합하다"며 "식약처가 맥락 없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실험의 목적에 대해서는 "생리대 위해성을 밝힐 기초자료가 부족해 기준 마련에 활용하라고 시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연 대한의사협회 역시 "VOCs로 인한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위원회도 시민단체의 생리대 시험 결과에 대해 "상세한 시험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로 정부나 기업이 조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발표에 여성환경연대는 "2014년 미국의 환경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가 P&G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확인할 때 채택한 시험 방식을 참고해 설계했다"며 "생리대 사태를 축소하지 말고 부작용 원인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실험 방법의 신빙성 외에도 제품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험에 사용된 릴리안 팬티라이너 제품 두 가지 모두 향이 나는 제품이어서 VOCs 농도 1, 2위에 올랐다는 주장이다.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의 검출 시험에는 판매량이 높은 중형 생리대 5개, 팬티라이너 5개, 면 생리대 1개가 포함됐다. 이중 팬티라이너 2개는 장미 향과 파우더 향이 나는 릴리안 제품이었다. 나머지 팬티라이너 3개는 모두 유한킴벌리 제품으로 향이 있는 것은 1개, 무향이 2개였다. 이런 의혹에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정책국 국장은 서울신문에 "향이 있는 제품에서 더 많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의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시민단체의 시험이 "신뢰하기 어렵다"며 9월 말까지 강원대 연구팀과는 다른 방식인 고체 시료법으로 시험해 "조사가 끝나는 즉시 생리대 업체명과 제품명,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부작용 원인으로 의심을 받는 생리대 접착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팔리는 생리대, 유기농·한방을 표방한 생리대 모두 릴리안 제품과 동일한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 계통 물질을 접착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다. "SBC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인체 발암 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부여하는 그룹 3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