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투자 논란 끝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8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4일 만이다.
이 후보자는 1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이 시간 부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자신을 둘러싼 주식거래 의혹들을 다시 한번 부인하는 내용이 실렸다. 그는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들, 제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들은 분명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주식 거래에 대한 해명과 별개로 그런 의혹과 논란마저도 공직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그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법재판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가 생각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역할도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저의 사퇴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다양화라는 과제가 중단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식투자를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특히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문’이 일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사서 5억7000여만원의 매도차익을 얻은 일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코스닥·비상장 주식투자 등으로 이 후보자가 얻은 수익은 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이에 대해 이 후보자가 기업 내부정보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식 대박’을 거둔 것 아니냐며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전날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청와대는 “안타깝지만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의혹 제기가 있어 청와대에서 확인해본 바로는 주식투자 관련해 본인도 좀 억울한 부분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논란들이 제기돼 본인이 자진사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