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전력이 중단된 미국 텍사스주 북동부 크로즈비의 '아케마' 화학 공장에서 새벽 2시 두 차례 폭발음과 함께 높이 12m의 연기가 치솟았다. 폭우로 인한 정전에 냉각장치가 고장 나 폭발한 것이다.
아케마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추가 폭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미 공장으로부터 최소 2.4㎞ 밖으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순찰을 하던 보안관 15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8명은 퇴원했고 7명은 아직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연기에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마 공장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방 장치를 가동해왔지만,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폭우로 주 전원 장치와 보조 발전기 2대가 꺼지면서 냉방이 중단됐다. 냉각돼야 하는 화학물질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연소하기 시작해 불이 붙은 것이다. CNN은 "현재 더 이상의 연기는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케마 공장은 텍사스주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플라스틱, 약, 건설자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합물질을 생산하는 유기과산화물 제조 시설이다. 이 화합물질은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연소해 폭발 또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아케마 공장 폭발 외에도 다수의 석유화학공장이 오염물질을 내뱉고 있다. 텍사스주의 기름 저장탱크 두 곳에서 기름 약 11만ℓ가 누출됐고 폐수 3만2000ℓ도 함께 흘러나왔다. 휴스턴의 하수도 시설은 고장이 났고 물 공급도 서서히 끊기고 있다. 휴스턴에서 동쪽 160㎞ 지점에 있는 보몬트에서는 급수시설이 끊겨 12만명 주민들이 정수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