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어 고교·대학 입시정책을 바꾸면서 현재 중학교 2학년생들이 새 입시제도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1년 유예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학생 우선 선발권' 폐지 등 고입 개편을 모두 중2 학생들이 처음 맞닥뜨리게 됐다.
◇ 수능 개편 1년 유예… 갑자기 ‘모르모트’ 신세 된 중2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내년 8월 고교 교육 정상화방안을 포함한 종합적 대입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수능 개편 방안에 대한 이해와 입장의 차이가 첨예해 짧은 기간 동안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특정안으로 확정하고 강행하기보다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가지 수능 개편안 논의를 백지화하고, 수능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이다.
정부가 수능 개편 로드맵을 수정하면서 현재 중3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은 올해 치러질 2018학년도 수능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목은 국어, 수학 가·나, 영어, 한국사, 탐구영역(최대 두 과목 선택), 제2외국어·한문이고 이 가운데 영어와 한국사가 절대평가다. 현재 중3들은 내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새로 배우지만 2021학년도 수능에 이 과목들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1년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을 통해 수능 개편 뿐 아니라 고교학점제 등 고교 교육 정상화방안을 함께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초 7과목 중 4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과 7개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을 발표했을 당시의 갈등이 1년 유예된 것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새로 발표되는 개편안에 따라 2022학년도 수능을 치러야하는 중2는 ‘모르모트’(실험쥐) 신세에 놓이게 됐다. 내년부터 문·이과 통합을 추구하는 새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하는 중3들이 과거 수능체제로 시험을 보는 ‘엇박자'를 교육당국이 자초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이르면 내년부터 외고·자사고·국제고 우선선발권 폐지
중2들의 고민을 키우는 건 또 있다. 교육부는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핵심정책토의 자리에서 올 4분기 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외고·국제고·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입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고교 입시는 외고·자사고·국제고·과학고 등 8~11월에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학교가 입시를 먼저 실시하고,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등 후기고는 12월에 학생을 선발한다. 이 때문에 외고나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은 일반고에 다시 지원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선 선발권은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선발권을 무기로 우수한 학생을 선점한 외고와 자사고가 명문대 입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고교 입시에서 지원자가 쏠리는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는 외고·자사고·국제고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없고, 결원이 생기는 일반고에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커져 외고·자사고 지원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당장 4분기 법 개정을 하겠다는 방안만 있을 뿐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변화된 고교입시안의 직격탄을 맞은 중2 교실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선발권을 통해 우수 학생을 확보해온 외고와 자사고에서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줄이는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