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개편 1년 유예… 중2·중3·고1 엇갈린 '희비'

입력 2017-08-31 15:41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되면서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개편되는 수능을 처음 치를 예정이었던 중3은 개편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대입 체제에 적응할 필요 없이 익숙한 현 수능을 치르면 된다. 일단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교육과정과 수능 간 불일치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이 선배들을 보면서 새로운 수능을 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중2는 난데없이 '1번 타자'로 개편 수능을 맞이하게 됐다. 내년 8월 확정되는 수능 개편안은 현재 중2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고1은 '재수 부담'을 덜었다. 당초 일정대로 수능이 개편됐다면 재수를 하게 될 경우 현재 중3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수능을 치를 터였는데, 개편이 미뤄져 기존 수능에 맞춰 재수 준비를 하면 된다.

◇ 중3, 수능 부담은 덜었는데 공부는 '미스매치'
 
중3은 교육과정과 수능이 따로 노는 ‘미스매치’를 감수해야 한다. 학교에선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배우지만, 정작 수능은 2009년 교육과정에 맞춰진 기존 체제로 치르게 됐다. 가령 통합사회·통합과학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수능에선 평가 대상이 아니다. 과학탐구Ⅱ는 새 교육과정에선 ‘진로선택’ 과목으로 빠지는데, 수능 과목에는 여전히 포함돼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정모(15·여)양은 “학교에서 배우는 걸 바탕으로 수능을 준비하는데 내신과 수능을 따로 공부해야 하면 학습량이 2배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현재 중3을 위한 맞춤형 수능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2015년 교육과정에선 과학탐구Ⅱ, 기하와 벡터 등 일부 과목이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재수를 하게 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재수는 새로운 수능 체제에 맞춰 하게 되므로 1학년 때만 배우고 지나갔던 통합사회·통합과학 수능 대비를 새롭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 혼란과 변수, 고스란히 중2에게


중2는 졸지에 수능 개편 실험의 첫 대상이 됐다. 본래 중3이 떠안기로 돼 있던 혼란과 변수도 고스란히 이들에게 넘어갔다.

서울 도봉구의 한 중학교 박모(28·여) 교사는 “중2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벌써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황당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교육부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중2는 평소처럼 비교과 및 교과 관리에 매진하고 내년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나서 수능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1은 재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돼 안심하는 눈치다. 서울의 고등학교 1학년 최모(16·여)양은 “재수하면 절대평가,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 등 달라지는 게 많아 걱정이었는데 한 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