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관계 여교사’ 사건이 들춘 민낯… 엉뚱한 피해·논쟁 속출

입력 2017-08-31 13:00
픽사베이 제공

초등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여교사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법적 처분을 벗어난 ‘징벌적 여론재판’이 벌어지면서 여교사 가족의 신상이 유출되는가 하면, 사건과 무관한 여성의 사진이 유포돼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남성 성폭행’ 논쟁이 벌어졌고, 여교사의 것으로 지목된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 은밀한 만남을 요구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과도한 ‘신상털기’… 엉뚱한 피해자 속출

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지난 29일 초등학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미성년자의제강간 등)로 교사 A씨(32)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저학년 담임교사인 A씨는 지난 3월 교내 동아리 활동에서 알게 된 6학년 B군에게 휴대전화로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반라 사진 등을 발송하고, 지난 6월부터 교실과 승용차 등에서 9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SNS에서는 그동안의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론재판’이 벌어졌다. 문제는 과도한 ‘신상털기’에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에서는 A씨로 지목된 여성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떠돌았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자가 속출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31일 “한 여성이 ‘인터넷상에서 A씨로 잘못 지목돼 사진 유포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사진을 유포한 인터넷 이용자를 찾아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진 속 여성은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로 볼 수 있는 A씨 가족의 사진과 신상정보도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게시판, 모바일 메신저 운영사 측에 자료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또 사진을 유포한 이용자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이버수사대 인력 10명이 투입됐다.

SNS 이용자들이 31일 여교사 A씨의 것으로 지목된 계정에 만남을 요구하거나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SNS 화면촬영

“남성 성폭행은 괜찮아” “난 어때요?”

A씨 사건은 남성 비율이 높은 성범죄의 가해자가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촉발했다. SNS 타임라인은 ‘남성 성폭행’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면서 요동치고 있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간음, 추행으로부터 보호하는 형법 305조는 남녀를 불문하고 적용된다. 성폭력 피해자의 범위에는 남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양성평등주의를 오독한 일부 SNS 이용자들이 A씨에게 관대한 의견을 내면서 논쟁을 일으켰다.

A씨의 혐의를 “자유의사에 따른 성관계”라고 표현한 한 SNS 이용자는 글이 수백건이나 재배포돼 역으로 ‘여론재판’을 당하기도 했다. 왜곡된 성 가치관을 가진 일부 SNS 이용자들의 민낯도 드러났다. A씨의 것으로 지목된 SNS 계정을 찾아 응원하거나 은밀한 만남을 요청하는 이용자들의 메시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계정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