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정기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31일 내려진다. 근로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모든 근로자에게 판결 효력이 소급 적용될 경우 회사는 최대 3조1000억여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비슷한 소송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이번 판결은 노동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노동조합 소속 2만8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1심을 선고한다. 앞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 및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산출하기 때문에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이 돼 왔다.
이후 2014년 10월에는 13명의 기아차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냈다. 대표 소송은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근로자에게도 영향을 줘 회사 부담은 더 늘어난다. 기아차는 2011년과 2014년 소송이 모두 인정될 경우 소급분 총 1조8000억원의 임금을 사측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더하면 액수는 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인천 시영운수 운전기사들의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과거 노사 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면 신의칙에 따라 이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통상임금을 인정할 경우 ①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②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될 때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 및 의무 이행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핵심 쟁점은 ①통상임금이 인정되는지 ②노사 간 통상임금 제외 합의가 있었는지 ③통상임금이 인정될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정도인지 등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청구액을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판례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 주장대로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넓히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3조원대에 달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 합의에 따른 조치라며 이를 깨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