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징역 4년에 MB 측 "할 말 없다" 불쾌

입력 2017-08-31 00:44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치소로 수감되고 있다. 뉴시스

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이 29일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원 전 원장을 국정원 수장에 임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권에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 데 대해 공식 입장은 자제했지만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나온 이야기를 갖고 대응할 생각은 없다”며 “할 말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측은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의 발표가 나왔을 당시에도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번처럼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적폐청산 TF 발표에 “대응할 가치도 없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멋대로 하겠다는데 어떡하겠느냐”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었다.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현 정부가 높은 지지도만 너무 믿고 있는 것 같다”며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이 파기환송심 끝에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할 수도 있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 전모를 규명하는데 주력하며 원 전 원장과 공범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오모씨도 올라 있다. 오씨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국정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친인척 등 주변 인물을 동원해 댓글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가 2009년 무렵부터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장으로 활동하다가 청와대 행정관이 되고 나서는 활동을 접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국정원 댓글 부대 지휘라인 규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된다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