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이 29일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원 전 원장을 국정원 수장에 임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도 수사선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게시한 정치 관련 글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관련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다른 후보자를 비방한 것은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여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기위한 활동을 국정원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법원이 재차 인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지휘라인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에서 국정원장을 임명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 뿐”아라며 “원 전 원장을 임명했던 이 전 대통령을 수사선상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수석대변인은 “국정원의 댓글 공작 활동에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원 전 원장은 단순히 수족일뿐이라는 의심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이 정도의 범죄를 국정원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검찰은 더욱 철저한 수사로 수면 아래 감춰져있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명박정부 청와대를 겨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농락한 이번 사건을 꼬리자르기 식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는 원 전 원장에게 대선개입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