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수난’… 마약인구 300만 이란에선 비둘기가 운반책

입력 2017-08-31 00:02

전체인구 8000만명 중 마약 인구만 300만여명에 이르는 이란에서 마약류 밀반입을 위해 비둘기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최근 이란 경찰이 마약류 밀반입용으로 길러진 비둘기 100마리를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마약류 밀반입에 비둘기를 이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당국은 마약 중독자들의 나이가 어리고,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서 싸고 중독성 있는 마약이 밀반입된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초를 겪고 있다. 현지 사법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이란 서부 케르만샤주 일대 마약상들은 주내 다른 지역으로 마약을 이동시키기 위해 비둘기를 이용하고 있다. 훈련된 비둘기의 발목에 약물이 담긴 작은 상자를 달아 날려보내는 방식이다.   
붙잡힌 비둘기의 발목에 마약 운반용 상자가 달려있다. 사진=가디언 캡처

이란 당국은 그동안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사범을 구속하거나 사형시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란은 국제적으로 사형 집행이 많은 나라다. 지난해 이란에서 적어도 530명이 사형당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란 당국의 사형집행을 감시하는 국제 시민단체 '이란 휴먼라이츠(Iran Human Rights)'는 "2017년 상반기 이란에서 사형 당한 239명 중 129명이 마약 사범이었다"고 밝혔다. 

이란 현행법상 아편 5㎏ 혹은 헤로인 30g을 소지할 경우 사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지난해 이란에 마약퇴치 기금을 지원하는 유럽 각국이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집행을 중단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선포하면서 이란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선고 기준을 아편 50㎏, 헤로인 2㎏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등짐을 매고 마약을 배달하다 쿠웨이트에서 붙잡힌 비둘기의 모습.

한편 비둘기가 마약운반책으로 이용하는 사례는 다른 국가에서도 틈틈이 발견된다. 중동 쿠웨이트에서는 5월 이라크 접경지대에서 가까운 압달리 시에서 마약을 운반 중이던 비둘기가 잡혔다. 이 비둘기는 등에 작은 베낭을 메고 있었다. 베낭 안에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약물 케타민이 178알이나 들어있었다. 2011년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마리화나 40g과 코카인 5g을 북부 도시 부카라망가의 한 교도소로 실어 나르던 비둘기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