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부터 주한 영국대사관이 자리해 58년간 철문으로 막혔던 덕수궁 돌담길 170m 중 100m 구간이 30일 시민의 품에 안겼다. 영국대사관 후문부터 대사관 직원 숙소 앞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서울시 소유여서 개방하게 됐지만 대사관 정문에서 직원 숙소로 이어지는 70m 길은 영국이 매입한 땅이라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돌담길을 따라 덕수궁 둘레를 한 바퀴 돌 수는 없다. 하종현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영국대사관과 70m 구간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폭이 좁은 이 길은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 의식을 행할 때 이용했다. 덕수궁에서 선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기도 했다. 이후 이곳은 서울시가 소유했지만, 1959년부터 영국대사관이 점용허가를 받아 사용해왔다.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은 만큼 보행로도 정비했고, 덕수궁 담장도 보수했다.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구간 바닥은 돌로 포장했고 길 양쪽에는 황토를 깔았다. 덕수궁에는 개방된 돌담길과 바로 이어지는 후문이 새로 생겼다. 가로등도 설치돼 야간에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문화재청에서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덕수궁길에서 정동공원으로 이어지는 '고종의 길'이 연내 완성되면 덕수궁에서 돌담길을 거쳐 정동길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014년 10월부터 영국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고, 그해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사관을 찾아가 주한 영국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5월부터는 대사관 보안 문재 등 개방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30일 오전 열린 돌담길 개방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등이 참가해 새로 단장한 돌담길을 걸었다. 박 시장은 "60년간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단절의 공간으로 남아 있던 덕수궁 돌담길을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의 협력 끝에 드디어 시민 품에 돌려드리게 됐다"며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