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현장에 '킬힐' 신고 간 멜라니아 여사

입력 2017-08-30 15:19 수정 2017-08-30 15:27
AP 뉴시스

29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를 방문한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의 패션은 '한결같았다'. 카키색 항공 재킷으로 멋을 부렸고,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슬랙스를 착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검은색 애비에이터 선글래스를 쓴 그의 옷차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스틸레토 힐, '뾰족구두'였다.

모델 출신답게 비 오는 날에도 패션 센스를 뽐내기 위해 신경 쓴 그의 모습에 '홍수 패션' 논란이 불거졌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15명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텍사스에 가면서 영부인이 택한 옷차림으로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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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발목이 부러질 듯 얇고 높은 굽의 '스틸레토 힐'을 신은 모습에 뉴욕타임즈(NYT)는 "한 켤레의 신발이 그 이상을 의미할 때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현실의 불협화음을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가족이 '적합성'의 범위를 그들 입맛대로 해석하는 또 다른 예시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예·패션 전문 기고가인 마리아 델 루소는 트위터에 "멜라니아는 '홍수 구조대 바비' 같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 이어 TV 극작가 겸 제작자인 브래드 월랙은 "텍사스! 도움의 손길이 오고 있으니 걱정 마라. 멜라니아가 특수 태풍 스틸레토 힐을 갖고 있다"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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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이날 첫 행선지인 텍사스 해안도시 코퍼스 크리스티에 도착한 멜라니아 여사는 항공 재킷을 벗어던지고 흰색 셔츠로 갈아입었다. 스틸레토 힐도 포기하고 흰색 운동화로 갈아 신은 모습이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도 깔끔하게 묶고는 볼캡을 착용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멜라니아 여사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텍사스에서 자연재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신발에만 관심을 가져 안타깝다"는 내용의 성명을 이메일로 배포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