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따라하는 남한식 말투… 카톡 이모티콘도 유행

입력 2017-08-30 14:27
북한 휴대전화 이용자를 가상해 각색한 카카오톡 대화창.

북한에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이 유행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휴대전화 보급률 증가로 남한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북한 주민의 여가생활'에서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지난 1월 기준 377만3420명으로 집계됐다”며 “2008년 1694명, 2014년 170만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휴대전화가 북한에서 경제활동과 여가활동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면서 “다만 데이터 전송과 인터넷 사용은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청년들은 보안당국보다 앞선 기술 이해력으로 검열과 감시를 피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 청년들이 휴대전화를 활용해 영화 음악 소설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SD 메모리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 카드를 탈착해가며 사용하면 휴대전화에 콘텐츠를 저장할 필요가 없어 검열‧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평양에서 거주했던 20대 청년은 휴대전화 SD 메모리카드의 저장용량이 크지 않아 3~4개를 구비해 번갈아 사용했고, 여기에 저장한 콘텐츠를 친구와 함께 즐겼다”며 “특히 우리나라 뮤직비디오를 즐겨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청년들은 한류 콘텐츠를 통해 우리식 말투나 복장도 모방하고 있다. 북한에서 사용되지 않는 ‘인마’ ‘자기야’ ‘오빠’와 같은 말투를 따라하며 서로를 ‘깨어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유행하고 우리 음악이 벨소리로 설정된 사례도 있었다. 조 위원은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2015년 탈북한 남성이 우리 곡조의 신호음,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유행한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대한 검열 방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북한 보안당국은 SD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뒤 휴대전화에 남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