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사실상 끝나"… 가을,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는?

입력 2017-08-30 14:00

30일 오전 출근길 시민들은 뚝 떨어진 기온에 긴팔 옷을 챙겨야 했다. 8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을이 불쑥 찾아왔다. 이날 아침 전국 최저기온은 11~22도였다. 서울은 20.8도로 전날보다 5도 정도 낮았다. 낮 최고기온도 22~29도로 30도를 넘기지 못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이유는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 깊숙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반도 동쪽에서 고기압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한반도 서쪽에 있던 대륙 고기압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지나 빠져나갔다. 그 빈 공간으로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와 이른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기상청은 “이런 상태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년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러한 날씨 변화를 기상이변으로 보기는 어렵다. 계절에 따른 통상적 기온 변화에 가깝다. 기상청 관계자는 “더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이미 더위가 꺾일 때”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기온 30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현재 한반도가 평년에 비해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상청은 일시적인 기온 급변에 더 쌀쌀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역대급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여름은 평균기온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기온 변화가 잦은 특징을 보였다”며 “더울 때는 확실히 더웠고, 찬공기 영향을 받을 때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최근 날씨도 마찬가지다. 8월에 서해상 저기압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중부지방에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평년보다 잦았다. 비가 온 뒤에는 여름임에도 기온이 뚝 떨어졌다. 또 날이 갑자기 선선해지기 전까지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며칠간 이어졌다. 처서인 23일 전날까지도 전국 대부분 지역이 습도가 높고 기온도 30도가 넘는 더위를 기록했다. 22일 서울은 31도였고, 대구는 33도까지 올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였다. 이처럼 확실하게 더웠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체감 기온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31일에도 선선한 날씨는 계속될 전망이다. 31일 최저기온은 30일보다 0.1도 낮아진 20.7도로 예상된다. 평년보다 3~4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낮 기온은 평년수준을 회복한다. 31일 낮 기온은 3도가량 오른 28도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3∼4도 가량 낮고 일교차도 10도 내외로 커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명한 가을날씨는 9월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 초까지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태풍 소식도 없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크게 물러난 데다 태풍 예보도 없어 나들이 하기 좋은 9월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