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다음달 1일부터 100일간 개최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여야간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을 비롯해 ‘부자 증세’를 현실화할 세법개정안, 권력기관 개혁 등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률 465건과 하위법령 182건 등 총 600건이 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 ‘적폐청산’·‘부자증세’ 등 힘겨루기 치열할 듯
이번 정기국회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동력이 확보되느냐 여부가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과 ‘소득주도 성장 및 민생’을 큰 줄기로 잡고 관련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개최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권력기관 개혁·부동산 대책·탈원전·대입제도 개선·공공부문 일자리·언론 공정성 실현·공정과세·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최저임금 인상 관련 자영업자 대책·통신비 인하 등을 정기국회 10대 과제로 선정하고 각각의 사안별로 관련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세·법인세 인상과 권력기관 개혁 등을 ‘신 적폐’로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연소득 5억원 초과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도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도 25%로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부자증세’에 맞서 담뱃세·유류세 인하 등의 ‘서민감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 ‘429조원 슈퍼예산’ 심사 가시밭길
야당은 429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송곳 심사를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0일 당대표·최고위원·초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로지 남아있는 국가예산은 전부 갈라먹자는 식의 예산편성은 이 정부가 지나고 난 뒤 나머지 정부는 국가재정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며 “의원들이 현장에서 예산심사할 때 그 점을 철저히 바로잡아달라”고 주문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내년 예산안을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성장률과 세수 증가율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잡았고, 복지지출 확대로 예산의 절반 이상이 손댈 수 없이 자동으로 나간다”며 “정기국회에서 문재인정부의 퍼주기 독주로부터 나라곳간을 지키는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예산안이 ‘사람 중심 예산’ ‘민생 예산’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은 사람·민생·안보·지방·미래를 살리는 ‘5생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 野, ‘안보 무능론’ ‘살충제 계란’ 등 강공 예고
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9월 4~7일), 대정부질문(9월 11~14일), 국정감사(10월 12~31일) 등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관련 정부의 ‘안보 무능론’을 적극 제기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가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구상을 밝혔지만 계속된 북한 도발 앞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도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세 수위가 덜했던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 선출을 계기로 강경 모드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안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한 치 앞을 못 보는 정부·여당의 무능이 불안하다”며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나약한 유화론은 햇볕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살충제 계란 파동’ 등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관련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대해서도 정기국회에서 따져묻겠다는 입장이어서 현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려는 여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