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30일 열린다.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이 기소된 뒤 4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이 흘렀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실체로 인정될 경우 이명박(75)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의 칼날이 향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가 김대웅)는 이날 오후 2시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동원한 혐의(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2014년 9월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한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공작을 벌일 목적으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는 2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2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5년 7월 사실관계 추가 확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2년 동안 지지부진한 공판을 이어갔다.
박근혜정부 아래서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은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다.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은희 현 국민의당 의원은 경찰 수뇌부가 국정원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뒤 사표를 냈다. 또 검찰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있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 직무에서 배재되고, 이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지난 6월 꾸려져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부대’의 실체를 확인했다. 또 “선거 대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10여건의 보고서를 국정원이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했다. 2011년 11월 원 전 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검찰 수사 또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