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안철수, 이렇게 훈훈해질 줄이야…

입력 2017-08-30 08:4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취임 인사차 홍준표 대표를 만나러 간 자리였다. 불과 석 달여 전 대통령선거에서 두 사람은 거친 표현을 동원해 서로를 비판했다. 지지층이 상당부분 겹치는 까닭에 한 쪽이 상승세를 보이면 다른 쪽은 하락을 면하기 어려운 관계였다.

그런데 이날 만남은 훈훈하다 못해 화기애애했다. 비공개 회동이 끝날 때쯤 홍 대표는 안 대표를 안아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친밀도를 높여준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두 대표의 인사말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고, 같은 당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견이 일치했다.

홍 대표가 꺼낸 첫마디는 “안 대표가 국민의당 대표로 돌아오니 정치가 활발해질 것 같다”였다. 안 대표는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보 위기, 경제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홍 대표는 “이 정부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니 힘을 합쳐 달라”고 했고, 안 대표는 “예전부터 우리는 그렇게 해왔다”고 화답했다.

“오늘 아침에도 북한이 저렇게 도발을 하고 일본까지 다 뒤집어 놨으니 이런 문제를 정말 국익과 민생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 (안철수)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쳐 있는데, 이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전부 사법부까지 좌파 코드로 바꾸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야당이 힘을 합쳐서 바로잡는 데 앞장서 주시리라고 믿는다.” (홍준표)

“저희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방향이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같다면 전적으로 협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익과 민생의 관점에서 제대로 저희 뜻을 관철시키겠다.” (안철수)

“원전 문제만 하더라도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대통령의 행정명령, 그 말 한마디로 모든 법 절차를 뒤엎었다.” (홍준표)

“100일 동안 쫓기듯이 중요한 결정들이 돼 온 것들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 (안철수)


“미국·일본·북한이 외면하고 있는데 견인차에 끌려가는 승용차 안에서 자기 혼자 운전하는 모습이다. 안보정책도 바꿔야 한다.” (홍준표)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된다. 코리아 패싱이 실제로 일어나면 안 된다.” (안철수)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문재인 패싱이지요. (웃음)” (홍준표)

두 사람의 발언록은 ‘화자’를 적지 않았다면 누가 한 말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했다. 비공개 대화에서도 홍 대표 측은 “안보나 경제 등에서 가능하면 함께 도울 수 있는 것은 돕자”는 제안을 다시 했다고 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