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중요한 기록을 보유한 나라다. 영원히 남을 아시아 최초의 본선 진출국은 한국이다. 1954 스위스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본선에 올랐다. 그때부터 60년 동안 16번의 월드컵에서 9차례 본선으로 넘어갔다. 한국은 아시아 최다 본선 진출국이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는 단 한 번도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하지 않았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은 아시아 최장 기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록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웠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을 달성했다. 중국‧일본‧중동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시장을 키웠지만 여전히 ‘축구변방’으로 평가되는 아시아의 기량을 감안하면 한국의 4강 진출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아시아에서 한국은 가장 유력한 월드컵 본선 진출 후보다. 4년마다 32개국에만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지난 대회까지 28년 동안 어렵지 않게 손에 넣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를 2경기 남긴 지금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아시아에 주어진 본선 진출권은 4.5장. 최종예선 A, B조 2위까지 모두 4개국은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각조 3위도 본선에 진출할 방법은 있다. 다만 그 과정은 험난하다. 각조 3위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대결해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국을 가린다. 여기서 승리해야 북중미 예선 4위와 대결할 자격을 얻는다. 북중미 예선 4위와 다시 홈 앤드 어웨이로 싸워 이기면 본선으로 갈 수 있다.
한국은 지금 A조 2위다. 중간전적 4승1무3패(승점 13)로,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 12)을 승점 1점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이 순위를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편안하게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다만 승점 1점은 한 경기만으로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간격이다. 남은 2경기에서 한 번만 비겨도 3위로 내려갈 수 있다.
벌써부터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앞선 월드컵에서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치고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헤아렸다. 그 이전 단계에서 거론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한국의 월드컵 본선길이 험난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남은 2경기 상대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이다. 그동안의 월드컵처럼 본선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우즈베키스탄의 남은 2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은 자력으로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이 승점 1점 간격으로나마 앞서는 만큼 우즈베키스탄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9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같은 날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원정경기에서 패배해도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상대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한국은 본선행을 확정할 수 없다. 오는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열리는 마지막 10차전에서 본선으로 직행할 주인공이 가려진다.
한국은 이란과의 9차전까지 어떤 결과를 내도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다만 계산만 복잡해진다. 한국이 이란과 비길 경우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이기면 순위가 뒤집어진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는 3위로 밀린다. 양국의 처지가 뒤바뀌는 셈이다. 같은 경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중국과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은 2위를 유지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10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으로 직행한다.
한국이 이란에 패하는 경우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이기지 못하면 지금의 순위는 유지된다. 다만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이기면 한국은 승점 2점 간격의 3위로 밀린다. 이 경우 우즈베키스탄과의 10차전에서 비기면 B조 3위와 아시아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