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침수된 양로원의 모습이 공개됐다. 대부분 휠체어를 타거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던 노인들은 하반신이 완전히 물에 잠긴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사진은 전날 오전 텍사스주 디킨슨의 한 양로원에서 촬영됐다. 노인들의 표정은 침착했지만, 허리까지 흙탕물이 가득찬 위급한 상황이었다. 911 구조대는 밀려드는 구조 요청으로 당장 출동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는 트루디 램슨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딸에게 사진을 보내며 "재앙"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딸 부부는 어떻게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램슨이 보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위급 상황이다. 리트윗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네티즌이 '가짜'라고 몰아가자 "실제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다. 이 지역에 있는 누구라도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사진은 순식간에 4000여회 리트윗 되며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의 관심과 언론 보도가 더해지면서 당국은 급히 구조에 나섰다. 양로원에 머물던 15명 노인들은 3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램슨의 딸 킴 매틴토시는 "허리케인이 오기 전까지 어머니는 안전을 위해 거주지를 떠나지 말라는 안내만 받았다"며 "거실로 새들어온 물이 불과 10~15분 만에 허리까지 차올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텍사스주를 덮친 하비는 휴스턴 및 텍사스 남동부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전례 없는 폭우로 휴스턴에서만 2000건이 넘는 구조 요청 신고가 접수됐고, 현재까지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학자들은 앞으로 며칠 더 폭우가 이어지면서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일부에서 기록적인 강수량이 측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가 노동절인 다음달 4일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