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장소가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라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행장에서 발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보고했다고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의원은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 아오모리현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공해상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괌 포위사격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위성으로 보여준 것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시킨 것은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보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국정원은 향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기술적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며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정책전환을 압박하고, 남북관계는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부연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평양의 관문인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브리핑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일반적인 야전에서 하면 발사체 세울 때 시간이 걸린다”며 “비행장의 딱딱한 아스팔트 위에서 하면 기동성이 빨라지고 탐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정은 입장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군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IRBM이 지난 5월 14일 발사됐던 ‘화성-12형’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화성-12형은 고각발사로 최고고도 2111.5㎞에 787㎞를 비행했다. 이번 미사일은 2700㎞를 비행했고, 최고고도가 550여㎞인 점을 감안할 때 정상각도로 발사된 것으로 군당국은 보고 있다.
군 당국의 추정대로 이번 미사일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2형으로 확인될 경우 비행장에서의 미사일 발사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통상 액체연료 엔진을 탑재할 경우 발사에 맞춰 연료를 주입하기 때문에 연료를 미리 주입해 유사시 곧바로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에 비해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비행장 발사를 통해 기동성을 확보한다면 액체연료를 활용한 미사일의 활용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이번 미사일이 화성 계열 이외에 사거리가 3000㎞ 이상인 무수단 계열이나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 계열 미사일로 판명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