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에 가려진 김정은의 첫째와 셋째… 성별·이름 모두 ‘미상’

입력 2017-08-30 06:00 수정 2017-08-30 08:36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북한 응원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공연하던 리설주의 모습. 인천아시아육상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다.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의 손자,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3남이다. 북한은 공화국을 표방하지만 정작 권력의 주체는 ‘인민’이 아닌 이 혈통을 가진 ‘아들’이다. 권력은 이미 3대째 세습됐다. 김 위원장의 맏아들은 북한의 차세대 최고 권력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의 출산 소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리설주의 셋째 출산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29일 “국가정보원이 전날 현안 보고에서 ‘리설주가 지난 2월 셋째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셋째의 이름이나 성별 등은 첫째와 마찬가지로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신원이 노출된 김 위원장의 자녀는 2013년생 둘째 딸 김주애뿐이다.

김정은의 첫째‧셋째, 장막에 감춘 북한

둘째의 존재는 2013년 9월 방북했던 미국 프로농구 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입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로드먼은 같은 달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나는 둘째 딸 주애(Ju-ae)를 안았다. 리씨(MS.Lee)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일가족과의 친분, 북한에서 받았던 극진한 대접을 과시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주목한 대목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둘째의 이름과 성별이었다.

북한의 권력세습이 ‘장자 계승론’을 따르는 만큼 둘째의 차세대 지도자 성장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둘째를 후계자로 보지 않아 신원 노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로드먼에게 소개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아들로 내정하고 있을 경우 첫째와 셋째의 성별에 대한 추측은 조금 선명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부친으로부터 권력을 이양할 때까지 세상에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처럼 첫째와 셋째의 신원을 철저히 감추고 극비리에 후계자 육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첫째와 셋째를 아들로 추측할 수 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첫째를 아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10대 때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스위스에서 유학했고, 2009년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사실상 권력 계승자로 지명될 때까지 ‘김정운’으로 이름이 잘못 알려질 만큼 신원을 노출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왼쪽)가 대륙간 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 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리설주, ‘김씨 왕조’의 슬픈 퍼스트레이디

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두 번째 부인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차남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장자는 첫째 부인 성혜림과 얻은 김정남이었다. 김정남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사망했다. 김정남의 죽음을 ‘백두혈통’의 암투에서 비롯된 암살로 추정하는 근거는 북한 권력세습의 ‘장자 계승론’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탈북자 지원단체 ‘천리마민방위’의 도움을 받아 은신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백두혈통’ 가계도의 중심이 됐다. 이 혈통의 핵심 인물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다.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스무 살이던 2009년 김 위원장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시점은 김 위원장이 부친의 후계자로 지목돼 사실상 권력승계를 시작했던 시기와 겹친다. 김 위원장은 부친이 사망했던 201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됐고, 리설주는 그때부터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했다.

리설주는 김 위원장의 시찰 때마다 팔짱을 끼거나 서구적 패션센스를 뽐내는 과감한 행보를 선보였다. 하지만 북한 내부의 관심은 리설주의 행보가 아닌 차세대 권력자에 있었다. ‘장자 계승론’에 부응하지 못하는 퍼스트레이디는 패쇄적인 세습국가 북한에서 용납될 수 없다. 리설주가 권력을 4대로 세습할 아들을 얻지 못해 김 위원장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관측이 한동안 새어나왔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리설주는 지난해 9개월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임신설과 불화설을 동시에 촉발했다. 결과적으로 셋째 출산 소식이 알려지며 임신설이 맞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