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4·포르투갈)이 SNS를 통해 '열악한' 한국 훈련장 사진을 공개했다. 29일 비가 오는 파주스타디움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의 잔디 사진을 올린 케이로스 감독은 "조건이 어떻든 우리는 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이로스는 훈련 첫 날인 27일 흙바닥이 보이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의 모습과 이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이란 선수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둘째 날인 28일 빗물로 젖은 파주스타디움의 전경과 그 위를 걸어가는 선수들의 모습도 게재했다.
그는 이미 27일 한국 입국 후 처음 치른 훈련에서 잔디 상태에 불만을 표했다. "훈련장 상태가 최상이 아니다. 한국 팬들이 부끄러워할 것"이라며 "한국이 지난 경기 결과로 이란에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나쁜 감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천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은 축구협회가 건넨 연습장 후보군 중 이란이 직접 선택한 곳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글을 올리자 이란 축구팬들이 댓글을 남기며 비난했다. 팬들은 "수영장을 제공했다" "한국인들이 유치원생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46) 한국 대표팀 감독은 28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소집 7일차 훈련을 앞두고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케이로스 감독의 지적에 반박했다.
신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가 이란에 갔을 때 고생한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오히려 이란이 한국에 와서 너무 대접을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얘기할 수 없어서 그렇지 (이란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려들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열배 백배 고생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표팀은 이란 원정경기에서 조명탑이 없고 잔디 상태도 좋지 않은 훈련장을 제공받아 숙소에서 1시간이 걸리는 경기장으로 훈련장을 바꿨다. 신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이 얘기한 건 새발의 피"라며 "케이로스 감독이 심리전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히려 잘 대우받고 있으니 감사히 잘 있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