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당시 투입됐던 육군 헬기 조종사들이 쓴 진술서가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엔 군 헬기들이 벌컨포나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2000발의 실탄을 싣고 작전 임무를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관련 발언들은 공개됐었지만 헬기 조종사의 신원과 무장 상태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례는 5‧18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 16명과 무장사 1명 등 17명이 1989년 서울지검에 낸 고소장을 28일 공개했다. 공개된 고소장엔 육군 61항공단과 31항공단 헬기 조종사들이 벌컨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실탄 2000발을 싣고 광주로 출동했다는 내용의 진술이 담겼다.
이들은 모두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했다. 31항공단 소속 500MD 부조종사(당시 준위) A씨는 “5월22일부터 28일까지 광주비행장에 주둔하면서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의 지시에 따라 공수여단장을 탑승시켜 전교사와 광주교도소를 왕래했다”며 “7.62㎜ 기관총 2000발로 무장했다”고 진술했다.
코브라 헬기를 조종했던 31항공단 소속 부조종사 B씨는 “5월21일부터 28일까지 지상군 이동 시 공중엄호 비행 임무를 맡았다. 20㎜벌컨 고포탄을 적재했다”고 주장했다. 61항공단 소속 500MD 정조종사(당시 대위)도 마찬가지로 “최초 7.62㎜ 기관총 무장을 하고 광주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참고사항으로 “당시 CAC(전투사령부로 추정) 정보장교를 탑승해 시내 전역을 정찰하다 지휘 차량을 약 1시간 가량 계속 추적하다 지상에서 쏜 총 탄에 맞을 뻔하였고 그때 같이 비행하던 4H-1H는 6발을 동체에 맞은 사실이 있음. 사격은 전혀 한 바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진술 날짜는 1989년 2월 10일로 기록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진술은 1989년 2월 ‘광주문화방송’이 제작한 ‘어머니의 노래’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 한 고 조비오 신부 등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어머니의 노래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다룬 첫 방송 프로그램이다.
고소인은 당시 광주에서 헬기를 지휘했다는 송진원(1항공여단장)과 방영제(31항공단장), 이정부(103항공단장)씨 등 3명이다.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