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숙제 대신 합니다, 돈 받고”…日 대행 서비스 성황

입력 2017-08-28 17:39

“여름방학 자유연구 공작 숙제는 올해 3만엔(약 30만8000원)으로 인상했어요. 꼬박 하루가 걸리는 큰 건이거든요.”

이타즈 타다시씨는 일본에서 학습 과제물을 대행하는 ‘숙제대행 Q’ 대표다. 7명의 직원으로 꾸려진 이 업체는 매년 여름 200건이 넘는 방학숙제 의뢰를 받는다. 아이의 방학숙제를 대신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잡지 주간여성 프라임은 28일 여름방학 숙제를 대행하는 실태를 전했다. 이타즈씨의 숙제대행 업체에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부터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정은 7월 말까지 가득 찬다. 독서감상문 의뢰가 가장 많고, 자유연구가 전체 주문량의 30%를 차지한다. 모형비행기 제작 등 공작 과제 의뢰가 인기지만, 퀴즈책 만들기와 같은 특이한 주문도 있다.

관찰·연구 보고서는 5~6장당 1만5000엔(약 15만4000원)씩 받는다. 학교에서 한 학기에 배운 내용을 물어본 뒤 교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심화학습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아이의 집으로 배송한다. 아이는 내용을 직접 손으로 써 학교에 제출한다.

이타즈씨는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중학교 3학년생까지 자녀를 둔 어머니의 의뢰가 90%”라며 “여름방학 숙제가 ‘시간 낭비’라거나 ‘숙제 양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입시를 중시하는 고학력 어머니들로부터의 상담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한때 입시학원 강사였던 그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입시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뒤 귀가하면 학교의 과제를 했다”며 “불필요한 숙제가 너무 많다. 굳이 다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동종업체인 ‘숙제대행 MK’의 케이타 모치마루씨도 아이들의 여름방학 숙제를 대행하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그늘, 양지, 냉장고 등 3곳에 새싹을 키우며 하루 3차례씩 물을 준다. 새싹이 발아하는 과정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의뢰를 받은 여름방학 숙제다. 케이타씨는 “인터넷에서 베끼는 대행업체도 많다. 하지만 교사에게 들켰다는 얘기도 많다”며 “그래서 직접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작성해 학교로 제출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지만, 아이의 수기로 작성된 50개가량의 단어를 넘겨받아 그 필체를 따라 쓰고 있다”며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