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CEO를 맡고 있는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우주복을 입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첫 우주복"이라며 "수일 내에 자세한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우주복이 "모형이 아닌 진공 상태의 압력을 두 배로 시험한 실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반신만 공개된 이 우주복은 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이며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하게 조화돼 있다. 이 우주복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하던 부피가 큰 우주복보다 날씬한 모습이다. 머스크는 "미적인 부분과 기능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우주복은 엄연히 말하자면 우주복이 아닌 '비행복'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지구에서 우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서만 착용할 수 있다. 진공상태를 견디기엔 한계가 있으며 우주 유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로 향할 때 우주복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우주복은 기압, 산소, 온도를 조절해야 하며 우주 적외선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움직임이 원활하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비행사들끼리의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미래에 우주여행이 더욱 접근 가능해지고 상업적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 지금보다 더 유연한 형태의 우주복이 필요하다. 일례로 우주복의 가압된 장갑 디자인으로 대부분의 우주비행사들은 손톱을 잃었다. 머스크는 이 같은 애로사항을 우주복 디자인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능 외에도 미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스페이스X는 '미적 감각을 지닌 기술'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배트맨과 울버린의 의상을 디자인한 할리우드 의상 디자이너 호세 페르난데스를 고용했다. 이번 우주복도 페르난데스의 작품이다.
머스크의 우주 비행 포부는 남다르다. 머스크는 내년에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을 이용해 유료 우주 비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6월 달 주위를 비행하는 우주여행객 2명을 파견하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로켓을 재활용해 로켓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 재활용 로켓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이달 22일 대만 위성을 쏘아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아울러 머스크는 2011년 당시 "2020년에 로봇 착륙선을 화성 표면에 안착시키고 가까운 미래에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지난 3년간 우주정거장에 무인화물캡슐을 보내온 스페이스X의 다음 프로젝트는 우주 여행객 파견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