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만들어진 병? 소아정신과질환에 대한 잘못된 논란들

입력 2017-08-28 12:15

수년 전 소아정신과 질환인 ADHD에 대한 잘못된 논란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논란은 2015년 4월 25일 EBS의 뉴스 G가 소개한 기사에서 발로했다. 뉴스 G는 교육, 건강, 여성 분야의 국제뉴스를 보도하는 코너인데 다른 방송사처럼 통신사나 특파원을 활용하지 않고 SNS 미디어들을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세간에 떠도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를 검증 없이 보도해 버리기도 한다.

이 기사의 논점은 두 가지. 하나는 미국에 비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ADHD로 진단 받은 아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ADHD 질환을 발견하고 약물치료를 강조한 아이젠버그 박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 독일 슈피겔지 인터뷰를 통해 ADHD는 꾸며낸 질병의 전형이라고 양심고백을 했다는 내용이다.

기사가 발표된 이후, ADHD로 진단 받은 아이를 두고 약물치료를 진행하던 부모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는 치료를 그만 두기도 했다. 하지만 기사의 두 가지 논점은 모두 사실관계가 틀렸음이 밝혀졌다.

우선 첫 번째 논점은 2003년 국제정신과학회지에 실린 세계 ADHD 유병률 통계에 대한 자료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통계에서는 ADHD 진단 아동에 대해 미국의 경우 9-12퍼센트, 다른 나라도 6-11퍼센트로 큰 차이가 없게 진단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영국의 보험공단에 해당하는 NHS는 2009년 ADHD 유병률 수치를 9.9 퍼센트라고 밝혔다. 2007년 발표에서 프랑스의 ADHD 유병률은 7.5퍼센트였다.

두 번째 논점 역시 인터넷 괴담 퍼 나르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ADHD의 창시자 아이젠버그 박사가 2009년 인터뷰에서 ‘제약회사의 돈을 받고 ADHD라는 병을 만들어냈다’, ‘약을 처방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고 했다고 EBS는 독일 슈피겔지 기사를 인용하며 보도했다. 그러나 EBS가 인용한 기사는 2012년에 보도된 것이며 어디를 찾아봐도 아이젠버그를 죽기 전에 인터뷰했다는 얘기도 없으며 그가 실제로 ADHD를 만들어낸 적도 없고 ADHD 자체를 ‘꾸며낸 질병’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가 “ADHD의 유전적 소인이 환경적 요인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한 부분이 인용되었다고 한다. 결국 한 줄짜리 인용기사가 인터뷰 기사로 탈바꿈하고 나중에는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ADHD 창시자가 인터뷰에서 양심고백을 했다는 식으로 SNS 괴담이 되어갔다.

보도가 나간 후 독일어 전문가가 슈피겔지 기사에 관련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자, EBS는 기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음을 인정한 다음 사과하고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아직 정정한 보도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원래 기사의 내용만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ADHD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낳은 논란은 해를 넘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ADHD는 없다’, ‘ADHD는 병이 아니다’와 같은 책이 출판된 적이 있다. 또 책은 약을 끊었더니 오히려 더 좋아지더라는 개인 수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국내 ADHD 진단 아동의 경우, 10퍼센트 이하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아정신과학회 미디어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ADHD약이 공부를 잘하게 만들어 주는 약으로 오남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오해하고, 오남용 예방을 유도하는 의견도 내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잘못된 논란들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아이의 치료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