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김빠지 사이다”라며 국민의당이 위축돼가는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정치권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대선의 후보들이 청와대와 제1·2 야당의 대표로 포진해 ‘협치’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원내 인사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안 대표 취임은 김빠진 사이다”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당이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회복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전히 호남 중심 정당”이라고 말했다. ‘극중주의’를 표방한 안 대표의 지향점에 걸맞게 중도 성향 지지층이 형성돼야 정치세력으로 파괴력을 가질 텐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인 호남 여론을 ‘중도 정당’ ‘강한 야당’이란 구호로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다고 이들은 본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에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안철수 대표의 선거공약집을 다시 꺼내 봤다”며 “거기에 안철수의 진심이 담긴 탈원전, 경제민주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강한 안보 등 중요한 약속이 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한 약속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협치의 파트너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책연대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냈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가 원내 일까지 간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앞으로 모든 법안은 바른정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정책연대에 성공한다면 우리로서는 상당히 피곤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갑자기 ‘지방선거 야권 연대론’을 들고 나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야 3당이 최소한 수도권 3곳에서라도 시·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선거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연대가 아니면 문재인 정권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은 자강(自强)에 주력할 때”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변수는 국민의당에 있다. 안철수 대표는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출마를 강행한 명분이기도 했다. 내년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에선 돌발적인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