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 음악의 거장 조동진이 방광암으로 투병하다 70세를 일기로 28일 별세했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등으로 유명한 조동진은 1966년 미8군 록밴드로 음악을 시작해 록그룹 '쉐그린'과 '동방의 빛' 리드 기타리스트와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 1집 '조동진: 행복한 사람/불꽃'을 내놓았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이블 '동아기획 사단'의 수장으로 군림하며, 당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날, 장필순 등의 앨범이 동아기획을 통해 나왔다.
이 레이블이 힘을 점차 잃어간 90년대에는 자신의 동생인 조동익을 비롯해 장필순, 박용진(더클래식) 등과 함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꾸렸다. 푸른곰팡이는 하나음악을 잇는 레이블이다.
조동진은 또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대부로 통했다. 다른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저항적인 기운을 머금은데 반해 서정적인 노랫말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특히 '한국의 밥 딜런'으로 통했다.
1996년 5집 '조동진5: 새벽안개/눈부신 세상' 이후 제주 등에 살며 적극적인 음악 활동에 나서지 않다 20년 만인 지난해 11월8일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 건재를 과시했는데 특히 서정성 짙은 노랫말은 여전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씨는 "좋은 시를 쓰는 순간 그 사람이 시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음악 가사를 시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그런 형태의 상이 있다면 수상자로 마음 속에는 조동진을 품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앨범의 사운드 특징은 몽환적이라는 것인데, 전자악기 등을 통해 분위기와 공간감을 강조한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인 앰비언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포크의 서정성은 뭉근하게 머금고 있다. 1996년 5집 이후 잠시 은둔했던 20세기 조동진의 포크가 '21세기적인 귀환'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동진은 싱어송라이터 집안의 맏이었다. 형과 한국 포크을 이끌어온 조동익(57)·2011년 1집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한 조동희(44)와 함께 삼남매다.
조동진은 최근 푸른곰팡이 대표를 맡은 조동희를 비롯해 이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과 함께 내달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꿈의 작업 2017- 우리 함께 있을 동안에'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고인은 노래도 부를 예정이었는데 그의 추모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동진은 2004년 LG아트센터 단독 공연 이후 무대에 선 적이 없다.
이날 장필순·한동준·이규호·오소영 등 조동진 음악의 계승자들이 출연하고, 듀오 '어떤날' 출신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찬조 출연한다. 어떤날은 조동익과 이병우가 결성했던 듀오다.
공연 당일에는 조동진의 6장의 리마스터링 앨범이 공개된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나희덕, 음악 평론가 신현준·성기완·박준흠·최지선·김영, 시인 이원 등의 비평집도 포함된다.
조동진은 공연을 앞두고 푸른곰팡이를 통해 "그만 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어둡고, 쓸쓸한… 희망이 없는 곳일지라도,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