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물에 잠긴 휴스턴… '하비'는 꼼짝 않고 비만 뿌렸다

입력 2017-08-28 07:55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카약을 타고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열대성 폭풍로 변한 허리케인 하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은 홍수로 흙탕물에 잠겼다. 수천명 주민이 대피하고 곳곳에서 고립된 이들을 위한 구출작전이 벌어졌다.

휴스턴 거리는 거대한 운하로 변해 보트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곳이 됐다. 구조 헬기들은 물에 잠긴 고속도로에 착륙해야 했다. 수상비행기들이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찾아냈다. 일부 주민은 아예 카약이나 카누를 타고 다녔다.

도심은 건물 2층 높이까지 침수됐다. 대피한 이들은 대부분 건물 옥상이나 지붕에 올라갔다. 홍수 지역이 워낙 넓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다락방 같은 곳에 고립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수건 등을 흔들어 구조대에게 위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열대성 폭풍으로 변한 하비는 거의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며 비를 뿌렸다. 24일 이후 남부 휴스턴에는 630㎜의 비가 쏟아졌다. 미 기상청은 "폭우가 쏟아진 지역의 면적과 비의 강도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규모였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휴스턴 지역 전체의 평균 강우량이 1m에 육박할 거라고 했다.

현재 연방재난지역으로 선포된 18개 카운티는 텍사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680만명이 살고 있다. 흠뻑 젖은 채 대피소에 도착한 주민 질리스 리오는 "27일 아침 눈을 뜨니 집 아래층이 물에 잠겨 있어 손자들을 데리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수위가 너무 높아져 위험하다는 경고방송을 들었을 때는 이미 물이 차 올라 창문을 부수고 빠져나왔다고 했다.

구조대가 집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해 보트에 태우고 있다. AP 뉴시스


휴스턴을 지나는 610번 국도가 물에 완전히 잠겨 있다. AP 뉴시스


휴스턴에 거주하는 14세 소년 딜런 감벨이 허리까지 물에 잠긴 도로에서 거센 물살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다. AP 뉴시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