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으로 투병하던 한국 포크음악의 대부 조동진씨가 28일 오전 3시43분 향년 70세로 별세했다고 소속사 푸른곰팡이가 밝혔다. 그가 방광암 4기 진단을 받아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달 30일 알려졌다. 조동진씨의 동생이자 푸른곰팡이 대표인 가수 조동희씨는 당시 “오빠가 최근 병원에서 건강이 안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투병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동희씨를 비롯한 푸른곰팡이 소속 뮤지션들은 9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레이블 공연을 가질 계획이었다. 조동진씨도 당초 이 공연에 참여하려 했지만 끝내 방광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대부로 통했다. 그 시대의 다른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주로 시대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은 노래를 부를 때 그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서정적인 곡을 선보였다. 낮은 목소리와 어우러진 서정적인 가사는 시(詩)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곡 ‘행복한 사람’이 수록된 그의 1집 ‘조동진’은 2007년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3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조동진은 1966년 주한 미 8군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다. 록 밴드 ‘쉐그린’과 ‘동방의 빛’에서 보컬·리드기타 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후 1979년 자신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냈다.
1980년대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레이블 ‘동아기획’을 이끌며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자리잡았다. 들국화, 어떤날, 시인과 촌장, 장필순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동아기획에서 배출됐다. 이들의 앨범 역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는 등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동아기획이 힘을 잃은 1990년대 그는 동생인 조동익을 비롯해 장필순, 박용진(더클래식), 이규호 등과 함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꾸렸다. 하나음악은 푸른 곰팡이의 전신 격이다.
1996년 5집 ‘조동진5: 새벽안개/눈부신 세상’을 발표한 이후에는 제주도 등지에 살며 칩거생활을 이어갔다. 적극적인 음악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8일 무려 20년 만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했다.
그는 이 앨범으로 지난 2월 ‘2017 한국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 부문 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고령 ‘올해의 앨범’ 수상자였다.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을 수상한 박재범과 함께 2개 부문을 수상해 올해 최다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 9호실에 마련된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
나는 거기 다가갈 수 없으니/ 그대 너무 멀리 있지 않기를
나는 별빛 내린 나무가 되어/ 이전 처럼 움직일 수가 없어
나는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그대 너무 외면하지 않기를
…
나무가 되어 나무가 되어/ 끝이 없는 그리움도 흙 속으로
조동진 - 나무가 되어 中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