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징역 5년' 이렇게 계산해 나왔다… '형량의 공식'

입력 2017-08-27 17:03

“재벌도 처벌된다는 원칙은 확인했으나, 재벌 봐주기 관행은 넘지 못했다.”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같이 논평했다. 이 부회장의 다섯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데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었다. 민변은 “범행 규모가 수십억원인데 이런 양형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형량에는 법정형, 처단형, 선고형이 있다. 법정형은 형법 각 조항에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식으로 명시돼 있다. 처단형은 법정형을 구체적 범죄사실에 적용하면서 가중감경을 한 것이다. 통상 유죄로 인정된 각 범죄의 법정형을 감안해 하한선과 상한선을 설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재판부가 실제 선고하는 형량을 선고형이라고 한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의 법정형은 뇌물공여(징역 1개월~5년), 특경가법상 횡령(징역 5~30년), 재산국외도피(징역 5~30년), 범죄수익은닉법 위반(징역 1개월~5년) 등이다. 처단형의 하한은 유죄로 인정된 범죄의 가장 무거운 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징역 5년이 처단형의 하한선이 된다. 상한은 가장 무거운 형의 1.5배를 가중해 계산한다. 따라서 처단형은 최소 징역 5년, 최대 징역 45년이었다. 

재판부는 처단형의 하한선과 상한선 사이에서 하한선인 징역 5년형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선고할 수 있는 가장 적은 형량은 아니었다. 판사가 재량에 따라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을 하지 않았다. 즉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해 최소 형량인 5년을 다시 절반으로 줄여서 2년6개월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을 제외한 삼성 측 피고인 4명은 모두 작량감경을 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은 그래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산국외도피 혐의 액수가 50억원 이상이면 형량이 최소 징역 1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점을 감안한 구형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금액은 37억원”이라며 “특경가법 제4조 2항 2호가 적용돼 법정형이 징역 5~30년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항소심에서 작량감경을 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민변은 “항소심에서는 사건의 중대성에 걸맞는 더욱 단호한 판결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